[가자지구서 탈출한 한국인 가족 큰딸 수헤르 양]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극적으로 이집트로 피신한 유일한 한국인 가족의 큰딸 수헤르(18) 양이 가자지구 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계속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수헤르 양은 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라파 국경 검문소 인근 이집트 도시 엘아리시에서 로이터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상황은 정말 어렵고 매우 나쁘다"고 말했다.
한국과 팔레스타인 2중 국적을 가진 그는 "우리는 가자시티에서 살다 남쪽의 칸유니스로 쫓겨갔다. 가자지구 북쪽과 남쪽 어디에서나 폭격이 계속되고 있었다"며 "폭격이 매우 격렬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돌아봤다.
수헤르 양은 "우리는 다행히 가자를 떠났지만, 다른 가족과 친척이 남아있다"면서 "상황이 여전히 진행 중인 만큼 모든 사람이 계속 관심을 두고 알려달라"고 강조했다.
수헤르 양은 한국인인 모친 최모(44)씨와 한국으로 귀화한 팔레스타인계 부친(43) 사이의 큰딸이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26일째인 이날 부모와 남동생(15), 지난 3월 태어난 생후 7개월 된 늦둥이 막내 여동생과 함께 라파 검문소를 통해 이집트로 탈출했다.
수헤르는 구독자 14만명을 거느린 유튜버이기도 하다. 중학생이던 2020년부터 한국어와 아랍어, 영어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왔다.
그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자신이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고, 초등학교 4학년 때인 2015년 7월 가족들과 함께 가자지구로 이주했으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아랍어를 배우기 시작해 지금은 한국어와 아랍어를 모두 잘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한국과 팔레스타인 모두 사랑한다는 그는 유튜브를 통해 양국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매년 여름방학마다 한국에 다녀오는 그는 가자지구로부터의 여정과 서울 여행 영상 등을 여럿 올렸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소개하기도 하고 김밥·김치·떡볶이·매운라면 등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가자지구에서 추석을 보내며 한복을 입고 명절 음식을 먹는 모습도 전했다.
또 새 학기 준비 과정과 학교생활, 친구들과 쇼핑을 하거나 소풍을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남동생과 함께 팔레스타인 과자를 먹기도 한다.
가장 최근 영상은 지난 9월23일에 올린 것으로 대학에 가서 입을 옷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수헤르는 이처럼 가자지구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줬지만 그의 유튜브 채널에서 가장 조회수가 높은 영상은 2021년 5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 때 올린 것이다.
당시 고교 1학년이던 그는 영상에서 집 앞에 떨어진 포탄 충격으로 유리창이 깨지고 꼭 필요한 물건만 챙겨 집에서 피신하던 급박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총격이나 공습 소리도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수헤르는 당시 영상에서도 자신과 가족들이 무사하다고 전하면서 "가자지구 상황이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