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을 이야기하며 웃을 수 있다고?”, “오월을 경험하지 않은 비경험세대인 내가 5·18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다고?”, “어릴 때부터 배우긴 했지만 잘은 모르는 5·18을 입밖으로 꺼내도 된다고?”
지난 23일 저녁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열린 ‘작지만 소란한 공론장’에서 평범한 광주청년들이 5·18민주화운동과 연결된 자신의 경험과 고민을 이야기했다. “5·18을 깊이 알아야만 말할 수 있다는 무거움과 책임감이 있잖아요. 하지만 이제 편하게 말하고 싶어요”라는 한 청년의 고백은 이날 공론장의 핵심을 관통했다.
이번 공론장은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시민공모사업으로, 김꽃비 문화기획자와 최진웅 사진작가가 손을 맞잡았다. 공론장을 통해 광주청년 누구나 5·18을 ‘입밖으로 꺼내는 경험’을 통해 오월과 연결되며 5·18에 대한 경계를 부수길 바랐다. 이들은 공론장과 연계해 청년들의 오월 이야기를 담은 ‘비연결, 연결, 재연결’ 전시도 선보였다. 김꽃비 문화기획자는 “오월로 연결된 감각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세상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공론장에 참여한 청년들은 자신이 5·18과 연결됐다고 느낀 순간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다. 전라도 태생이나 경상도에서 20대의 대부분을 보내며 경계인의 삶을 산 청년, 30살이 넘어 처음 참가한 5·18전야제에서 ‘축제의 5·18’을 느꼈다는 청년, 자신을 ‘보수’라고 소개했고 5·18을 이유 없이 싫어하는 주변 친구들을 설득하며 가교역할을 하는 청년 등 이날 공론장에서 청년들은 저마다의 다양한 오월을 이야기했다.
사진작가 최진웅씨는 “지난해 30년을 살면서 처음 5·18전야제에 참여했다”며 “턱이 없는 무대에서 꾕가리를 치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더는 두렵기만한 오월이 아니라 비경험세대들과 함께 나아가는 오월은 축제처럼 조금 더 신날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이 이번 전시와 공론장으로 연결됐다. 제가 아름다운 충돌을 통해 5·18과 재연결됐듯이 각자의 세계가 확장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년들은 보수든 진보든 상관없이 5·18의 가치를 되새기고, 관심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을청년활동가 박제상씨는 “오월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며 “지난해와 올해 오월공론장에 참여하면서 보수든 진보든 오월정신을 생각하며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겠다 싶었다. 오월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오월에 대해 단순히 싫다고 하는 주변 친구들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 글로컬센터 김혜선씨는 “민주포럼에서 2030 청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세션을 운영하는데 심리학 전공자, 의대생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했다”며 “이제 5·18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점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가치들을 이야기하는 오월 논의의 장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플로어에 있던 한 청년은 “광주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5월17~18에 버스 등 대중교통을 무료로 탈 수 있게 했다”며 “광주에서 나고 자랐는데 수업에서 배우고 부모님이 이야기해준 정도로만 남아있다가, 버스를 무료로 탔을 때 80년에 싸워주신 민주주의자들 덕분에 지금의 나까지 혜택을 받는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이날 공론장에서 드러난 청년들의 목소리는 민선 8기 광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추모를 넘어 축제로 모두가 하나되는 오월’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있다. 당사자주의를 넘어선 ‘모두의 오월’을 만들고자 하는 시의 비전이 청년들의 자발적인 목소리를 통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참석자들은 마지막으로 “오월을 잘 모른다고 하지만 공론장에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연결된다”, “5·18을 편하게 말하고 싶다”, “듣는 것만으로도 내 세계가 확장된다”는 소감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