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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로 세우는 지혜를

[광주교육대학교 2대 총장 이정재]

 

우리 나라가 근대화 과정에서 급속한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주요 동인으로, 우리 민족이 보여온 교육열을 손꼽아 왔다. 유태인들의 교육과도 비견되는 이 교육열이 우리 겨레의 체질이었다면, 이 체질이 바로 겨레의 잠재력이 되었다고 본 것이다. 우리 민족은 국가의 위기가 닥쳐오거나 삶이 극도로 곤궁해지더라도, 교육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교육이 미래를 소망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삶의 슬기와 지혜가 바로 오늘의 한국을 이룩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가 기초 기본이 되는 보통교육에 대한 뚜렷한 비젼(Vision)이나 교직에 종사 하고 있는 선생님들에 대한 처우개선, 정부의 장기적 플랜(Plan)이 시원치 않는 실정이다. 그동안 교육자들이 쌓아온 공적마저 몇몇 교사들의 도덕성 시비로 호도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의 교육계는 급격한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다. 사회 내부에서 제기되는 교육 개혁에 대한 요구와 외부로부터 밀려드는 교육 개방에 대한 압력으로 인하여, 거시적으로는 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재편성과 미시적으로는 개별 교사들의 역할에 대한 재개념화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 교육자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겨레의 스승으로 거듭난다는 각오를 가지고 선진 미래를 선취할 인재 양성에 신명을 바쳐야 한다. 참 스승으로 거듭나는 노력을 보인 다음에 교육계의 외부에 정당한 교육적 요구를 주장해야 할 것이다.

 

먼저 우리 교육자들은 겨레의 스승으로서 꼿꼿한 자존과 국가의 미래는 우리에 의해 결정된다 는 소명감을 가져야 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를 능가할 수 없고, 국민의 질은 교육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는 명제가 있다. 따라서, 모든 교육적인 행위는 교사를 떠나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에, 교육 개혁 또한 교사 스스로를 점검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참 교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자치통감에 사마공이 말하기를, 경서(經書)를 가르치는 사람은 만나기 쉽고 인사(人事)를 가르치는 사람은 드물다고 하였다. 즉, 글을 가르치는 선생은 만나기 쉽고 인생을 가르치는 선생은 만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우리 교사들은 옷깃을 여미고 진지하게 생각할 때다.

 

이 시대의 모든 부조리는, 인간 양성보다는 지식인을 기르는데 몰두한 데서 비롯된 결과라고 말이다. 학부모들이 교사들 평가하여 담임을 바꿔 달라고 한다든가, 교육행정가들이 촌지 받은 것을 신고하면 인사고과 점수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겠다든가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무척이나 가슴이 아프다. 이러한 발상들은 우리 교사들을 기술자를 양성 하는 기계로 보는 소치인 것이다. 이런 풍토에서는 교육이 바로 설 수 없다. 경사(經師)가 될 것인가, 인사(人師)가 될 것인가? 이것은 우리 교사들 고유의 권한이다. 인사(人師)가 되려는 교사들의 의지를 박탈하는 사회는 결국 썩어서 병들고 말 것이다.

 

참 교사로서 거듭나는 노력 다음에는 교육계의 외부에 정당한 교육적 요구를 제시해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했다. 교육의 효과는 금방 나타나지 않지만, 교육에 대한 투자 없이는 기약할 미래도 없다는 뜻이다. P. F. 드러커는 ‘국민소득의 지출에 있어서는 교육에 대한 기본 투자에 우선권을 주어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경제학의 어느 학파의 의견도 일치하고 있다. 교육을 위한 투자를 아끼고 시간을 허비하면, 그 기간 동안에 교육받은 인재가 배출되지 않으므로 그들의 공헌을 영원히 잃게 된다.’고 하였다. 임시 처방을 위한 투자의 효과는 그 즉시 나타난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국가가 투자해야 할 분야는 너무도 많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대학이나 중등학교보다도 기초 교육 기관인 초등학교에 대한 투자가 앞서야 한다. 기초교육에 대한 투자는 건물의 기초를 닦는 것과 같아서, 화려한 외양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튼튼한 기초가 없이 건축된 어떠한 화려한 건물도 불안하고 위태로울 뿐이다. 우리 민족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이를 도약의 기회로 삼는 슬기를 발휘해 왔다. 이 기회에 교육을 바로 세우는 슬기를 발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자들 스스로가 참 스승으로 바로 서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다음으로는, 임시처방적 교육 정책에서 벗어나 거시적인 안목에서 교육 지표를 세우고, 기초교육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내려는 정당한 요구를 제시해야 한다. 이제 교육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선진 한국을 이룩했을 때, 우리는 교육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기쁘게 말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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