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여의도 당사 앞에서 '노인폄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3일 '노인 폄하' 논란을 부른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어르신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더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일요일 청년좌담회에서의 제 발언에 대한 여러 비판과 논란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달 30일 청년좌담회에서 나왔다. 당시 김 위원장은 과거 아들과의 대화를 소개하며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게 자기 (아들) 생각이었다"며 "되게 합리적이지(않으냐)"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발언이 나온 지 나흘 만에 직접적인 표현의 사과 입장을 내놓은 것인데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춘천 간담회에서 "철없이 지내서 정치 언어를 잘 모르고 깊이 숙고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있었다"며 유감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사과라기보다 급급한 해명에 가깝다. 논란이 된 발언은 남은 수명에 비례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취지인데 이는 민주주의 체제의 의미나 통념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엉뚱한 소리다.
해당 발언 이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당내에서도 직접 사과의 목소리가 커지자 김 위원장이 그간의 태도를 바꿔 직접 사과에 나서게 된 것으로 보인다. 마지못해 등 떠밀려 사과하는 모양새가 됐다. 논란을 일으킨 그의 발언이 부적절한 것은 물론, 이후 대처도 부적절했다.
정치권 인사들은 언행과 처신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논란을 빚자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해당 발언에 대해 "맞는 얘기"라고 동조하며 사실상 노년층을 겨냥해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는 글을 올려 거센 비난을 사기도 했다. 민주당은 3일 박광온 원내대표가 대한노인회를 찾아 당 차원의 사과 입장을 거듭 전달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에서 가끔 막말로 뜻하게 않게 상처를 주는 발언이 나와서 저희로서도 당황스럽고 안타깝기도 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노인 폄하' 발언 논란이 빚어진 민주당 지지율이 70세 이상 연령층에서 크게 떨어졌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도 이날 나왔다. 사려 깊지 못한 발언과 행동에는 무한 책임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을 깊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
연이은 김 위원장의 설화로 혁신위 위상이 더 흔들리고 신뢰도가 추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위는 애초 김 위원장의 발언이 논란이 된 직후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여 국민 인식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오죽 답답했으면 민주당 원로들의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3일 CBS라디오에서 "개딸들 홍위병 노릇 할 거 아닌 바에야 그냥 지금 깨끗이 여기서 '죄송합니다' 그러고 혁신위원장을 내려놓는 게 민주당을 돕는 길 아니겠느냐"고 했다. 민주당은 잇단 악재 속에 국민 신뢰회복을 위해 혁신위를 출범시켰지만, 이런 상태로라면 기대할 게 별로 없어 보인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혁신 동력을 찾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